방콕, 그들은 왜 '시장’을 선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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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 111회 작성일 26-09-14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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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그들은 왜 '시장’을 선출할까?
태국 77개 도 중 유일하게 선거로 뽑히는 방콕 시장, 그 뒤에 숨겨진 역사와 비밀
방콕의 수쿰빗 도로나 시암 광장을 걷다 보면, 선거철마다 거대한 포스터들이 거리를 뒤덮는 풍경을 볼 수 있다.
흥미로운 건 이 열기가 태국 전역이 아니라 오직 '방콕'에서만 일어난다는 점이다. 치앙마이에도, 푸껫에도 도지사(Governor)는 존재하지만 그들은 투표로 뽑히지 않는다.
왜 오직 방콕 시민들만이 자신들의 리더를 직접 손으로 뽑을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태국의 민주주의 역사, 중앙 집권의 딜레마, 그리고 방콕이라는 도시의 독특한 성격 속에 그 모든 이유를 담고 있다.
1. 임명직 vs 선출직: 1/77의 예외
태국에는 77개의 짱왓(Province, 도)이 있다. 그중 76개 도의 도지사는 태국 내무부(Ministry of Interior)에서 파견한 고위 공무원들이다.
쉽게 말해 중앙 정부가 "당신이 가서 저 지역을 관리하시오"라고 임명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지역 주민의 눈치보다는 자신을 임명한 중앙 정부의 지시를 더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방콕은 다르다. 방콕 시장은 방콕 광역 행정청(BMA, Bangkok Metropolitan Administration)의 수장으로, 4년마다 시민들의 직접 투표로 선출된다.
이는 방콕이 단순한 행정 구역을 넘어 '국가 안의 국가'처럼 기능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큰 상징이다.
2. 1975년, 민주주의의 바람과 함께 시작되다
이 독특한 시스템은 언제 시작됐을까? 시계를 1970년대로 돌려보자. 1973년, 태국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학생 봉기가 일어났다.
군부 독재에 저항해 민주주의를 외치던 이 거대한 물결은 사회 전반에 '분권'과 '자치'에 대한 열망을 불어넣었다.
이 흐름 속에서 1975년, '방콕 광역 행정청법(BMA Act)'이 제정됐다. 당시 정부는 급격한 도시화로 몸살을 앓던 방콕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앙 정부의 지시만 기다리는 관료보다는 시민들에게 책임을 지는 선출직 리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방콕 시민들은 내무부 장관이 꽂아준 사람이 아닌, 자신들이 선택한 사람에게 시청 열쇠를 맡기게 된 것이다.
3. 왜 다른 지역은 안 될까? : '갓파더'의 공포
여기서 우리는 의문이 생긴다. "그렇게 좋은 거라면 왜 치앙마이나 촌부리 같은 다른 큰 도시에는 적용하지 않았을까?"
표면적인 이유는 방콕의 특수성(인구 밀집도, 경제 규모 등) 때문이지만, 그 이면에는 중앙 정부의 오래된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다.
태국 지방에는 이른바 '짜오 포(Jao Pho)'라고 불리는 지역 유지 혹은 '대부(Godfather)'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막강한 자금력과 사병에 가까운 조직을 거느리고 있다.
중앙 정부는 지방 선거를 전면 허용할 경우, 이 지역 토호들이 합법적인 권력(도지사)까지 거머쥐고 중앙 정부에 대항하거나 부패 왕국을 건설할 것을 우려했다.
그래서 "방콕은 시민 의식이 높고 제도가 정착되었으니 괜찮지만, 지방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논리로 중앙의 통제력을 유지해 온 것이다.(대표적인 케이스가 촌부리에서 활약했던 깜난포)
4. 방콕 시장, 정치의 풍향계가 되다
방콕 시장 선거는 단순히 행정가를 뽑는 자리가 아니다. 태국 전체의 민심을 읽는 가장 정확한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잠롱 스리무엉 (Chamlong Srimuang)
1990년대 초, '청렴'을 무기로 당선된 그는 퇴역 장군 출신이지만 금욕적인 생활과 부패 척결 이미지로 방콕 정치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 지금도 한국에서는 청백리 방콕 시장으로 유명하다.
✽찻찻 싯티판 (Chadchart Sittipunt)
가장 최근인 2022년, 무려 138만 표라는 역대 최다 득표로 당선된 인물이다.
그는 이념 논쟁 대신 "새벽 4시부터 조깅하며 민원을 처리하는" 실용주의와 데이터 기반 행정을 내세웠다.
그의 당선은 방콕 시민들이 더 이상 정치 싸움이 아닌, '내 삶을 바꿔줄 유능한 일꾼'을 원한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낸 사건이었다.
실제로 그는 방콕시 주요 행사에 시간만 허락한다면 어디든 나타난다. 심지어 방콕에서 활동하는 각 국가 단체 행사에도 그 모습을 드러내기도 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5. 여행자가 느끼는 '선출된 권력'의 맛
방콕을 여행하는 당신에게도 이 시스템은 영향을 미치고 있을 수 있다.
✽노점상과 보도블록
방콕의 고질적인 문제인 보도블록 정비나 노점상 규제는 주지사의 성향에 따라 180도 바뀌게 된다.
어떤 시장은 "거리의 활기"를 중시해 노점을 허용하고, 어떤 시장은 "보행권"을 중시해 싹 밀어버리기도 한다.
✽홍수와의 전쟁
우기만 되면 물에 잠기는 방콕. 선출직 방콕 시장은 다음 선거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배수 터널 공사나 운하 준설에 목숨을 걸기도 한다.
비가 올 때마다 시장이 장화를 신고 현장에 나타나는 쇼맨십을 보이는 것도 유권자를 의식하기 때문이다.
✽공원과 녹지
최근 방콕에 벤자키티 공원 등 거대 녹지가 늘어나는 것도 '삶의 질'을 중시하는 중산층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정책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6. 절반의 민주주의?
방콕 시장 선거 제도는 도입된 지 5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방콕만의 특권으로 남아 있다.
이는 태국의 민주주의가 가진 가능성(시민 참여를 통한 변화)과 한계(여전히 강력한 중앙 집권)를 동시에 보여주는 거울과도 같다.
태국 77개 도 중 유일하게 선거로 뽑히는 방콕 시장, 그 뒤에 숨겨진 역사와 비밀
방콕의 수쿰빗 도로나 시암 광장을 걷다 보면, 선거철마다 거대한 포스터들이 거리를 뒤덮는 풍경을 볼 수 있다.
흥미로운 건 이 열기가 태국 전역이 아니라 오직 '방콕'에서만 일어난다는 점이다. 치앙마이에도, 푸껫에도 도지사(Governor)는 존재하지만 그들은 투표로 뽑히지 않는다.
왜 오직 방콕 시민들만이 자신들의 리더를 직접 손으로 뽑을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태국의 민주주의 역사, 중앙 집권의 딜레마, 그리고 방콕이라는 도시의 독특한 성격 속에 그 모든 이유를 담고 있다.
1. 임명직 vs 선출직: 1/77의 예외
태국에는 77개의 짱왓(Province, 도)이 있다. 그중 76개 도의 도지사는 태국 내무부(Ministry of Interior)에서 파견한 고위 공무원들이다.
쉽게 말해 중앙 정부가 "당신이 가서 저 지역을 관리하시오"라고 임명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지역 주민의 눈치보다는 자신을 임명한 중앙 정부의 지시를 더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방콕은 다르다. 방콕 시장은 방콕 광역 행정청(BMA, Bangkok Metropolitan Administration)의 수장으로, 4년마다 시민들의 직접 투표로 선출된다.
이는 방콕이 단순한 행정 구역을 넘어 '국가 안의 국가'처럼 기능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큰 상징이다.
2. 1975년, 민주주의의 바람과 함께 시작되다
이 독특한 시스템은 언제 시작됐을까? 시계를 1970년대로 돌려보자. 1973년, 태국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학생 봉기가 일어났다.
군부 독재에 저항해 민주주의를 외치던 이 거대한 물결은 사회 전반에 '분권'과 '자치'에 대한 열망을 불어넣었다.
이 흐름 속에서 1975년, '방콕 광역 행정청법(BMA Act)'이 제정됐다. 당시 정부는 급격한 도시화로 몸살을 앓던 방콕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앙 정부의 지시만 기다리는 관료보다는 시민들에게 책임을 지는 선출직 리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방콕 시민들은 내무부 장관이 꽂아준 사람이 아닌, 자신들이 선택한 사람에게 시청 열쇠를 맡기게 된 것이다.
3. 왜 다른 지역은 안 될까? : '갓파더'의 공포
여기서 우리는 의문이 생긴다. "그렇게 좋은 거라면 왜 치앙마이나 촌부리 같은 다른 큰 도시에는 적용하지 않았을까?"
표면적인 이유는 방콕의 특수성(인구 밀집도, 경제 규모 등) 때문이지만, 그 이면에는 중앙 정부의 오래된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다.
태국 지방에는 이른바 '짜오 포(Jao Pho)'라고 불리는 지역 유지 혹은 '대부(Godfather)'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막강한 자금력과 사병에 가까운 조직을 거느리고 있다.
중앙 정부는 지방 선거를 전면 허용할 경우, 이 지역 토호들이 합법적인 권력(도지사)까지 거머쥐고 중앙 정부에 대항하거나 부패 왕국을 건설할 것을 우려했다.
그래서 "방콕은 시민 의식이 높고 제도가 정착되었으니 괜찮지만, 지방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논리로 중앙의 통제력을 유지해 온 것이다.(대표적인 케이스가 촌부리에서 활약했던 깜난포)
4. 방콕 시장, 정치의 풍향계가 되다
방콕 시장 선거는 단순히 행정가를 뽑는 자리가 아니다. 태국 전체의 민심을 읽는 가장 정확한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잠롱 스리무엉 (Chamlong Srimuang)
1990년대 초, '청렴'을 무기로 당선된 그는 퇴역 장군 출신이지만 금욕적인 생활과 부패 척결 이미지로 방콕 정치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 지금도 한국에서는 청백리 방콕 시장으로 유명하다.
✽찻찻 싯티판 (Chadchart Sittipunt)
가장 최근인 2022년, 무려 138만 표라는 역대 최다 득표로 당선된 인물이다.
그는 이념 논쟁 대신 "새벽 4시부터 조깅하며 민원을 처리하는" 실용주의와 데이터 기반 행정을 내세웠다.
그의 당선은 방콕 시민들이 더 이상 정치 싸움이 아닌, '내 삶을 바꿔줄 유능한 일꾼'을 원한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낸 사건이었다.
실제로 그는 방콕시 주요 행사에 시간만 허락한다면 어디든 나타난다. 심지어 방콕에서 활동하는 각 국가 단체 행사에도 그 모습을 드러내기도 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5. 여행자가 느끼는 '선출된 권력'의 맛
방콕을 여행하는 당신에게도 이 시스템은 영향을 미치고 있을 수 있다.
✽노점상과 보도블록
방콕의 고질적인 문제인 보도블록 정비나 노점상 규제는 주지사의 성향에 따라 180도 바뀌게 된다.
어떤 시장은 "거리의 활기"를 중시해 노점을 허용하고, 어떤 시장은 "보행권"을 중시해 싹 밀어버리기도 한다.
✽홍수와의 전쟁
우기만 되면 물에 잠기는 방콕. 선출직 방콕 시장은 다음 선거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배수 터널 공사나 운하 준설에 목숨을 걸기도 한다.
비가 올 때마다 시장이 장화를 신고 현장에 나타나는 쇼맨십을 보이는 것도 유권자를 의식하기 때문이다.
✽공원과 녹지
최근 방콕에 벤자키티 공원 등 거대 녹지가 늘어나는 것도 '삶의 질'을 중시하는 중산층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정책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6. 절반의 민주주의?
방콕 시장 선거 제도는 도입된 지 5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방콕만의 특권으로 남아 있다.
이는 태국의 민주주의가 가진 가능성(시민 참여를 통한 변화)과 한계(여전히 강력한 중앙 집권)를 동시에 보여주는 거울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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