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바트의 거대한 도박 랜드브릿지, 태국 경제의‘심장’인가‘신기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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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 62회 작성일 26-09-22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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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바트의 거대한 도박 랜드브릿지, 태국 경제의‘심장’인가‘신기루’인가
태국 현대사에서 ‘메가 프로젝트’는 정권의 명운을 건 정치적 수사(修辭)이자, 경제 도약을 향한 국민적 열망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수많은 프로젝트가 화려한 청사진만 남긴 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제 아누틴 찬위라꾼 내각은 다시 한번 ‘랜드브릿지(Land Bridge)’라는 거대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1조 바트(약 46조 원)에 달하는 이 사업이 지정학적 격변기에 태국의 새로운 생존 전략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종이 위의 프로젝트’ 목록에 이름을 올릴 또 하나의 사례가 될지 분석한다.
지정학적 파고와 아누틴 정부의 ‘승부수’
말라카의 위기와 호르무즈의 경고
전 세계 해상 물동량의 약 25%가 통과하는 말라카 해협은 이미 포화 상태다. 여기에 중동 분쟁으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의 폐쇄 위기와 인근 국가들의 통행료 징수 논의는 글로벌 공급망에 비상을 걸었다.
아누틴 총리가 랜드브릿지 카드를 다시 꺼낸 명분도 바로 여기 있다. “더 이상 말라카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지정학적 위기감이 프로젝트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라농-춤폰: 900km의 물류 혁명
이번 정부가 추진하는 랜드브릿지의 핵심은 안다만해의 라농(Ranong)과 타이만의 춤폰(Chumphon)을 잇는 구간이다.
과거 탁신 정부 시절 검토되었던 ‘싸툰-송클라’ 노선이 환경 및 지역 갈등으로 좌초된 후, 전략적으로 수정된 노선이다.
✽사업 규모 : 약 9,900억 바트 (단계별 추진)
✽핵심 시설 : 양측 심해항 건설, 고속도로, 복선 철도, 그리고 에너지 수송을 위한 오일 파이프라인.
✽운영 방식 : ‘원 포트 투 사이드(One Port Two Sides)’ 모델. 단일 컨소시엄이 양측 항구와 연결 인프라를 50년간 통합 운영하는 PPP(민관협력사업) 방식이다.
DP 월드의 재등장
두바이의 글로벌 물류 거물 ‘DP 월드’가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쎄타 타위씬 전 총리에 이어 아누틴 총리 역시 술탄 아흐메드 빈 술라이엠 회장과 접촉하며
외자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정부 예산 투입을 최소화하고 민간의 전문성을 빌리겠다는 전략적 포석이다.
잔혹사로 남은 태국의 메가 프로젝트들
랜드브릿지의 성공 가능성을 점치기 위해선 태국이 걸어온 ‘실패의 기록’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최근 20년간 수많은 대형 사업이 비용, 정치, 환경 문제로 멈춰 섰다.
➊ 다웨이(Dawei)의 유령
미얀마에 건설하려던 동남아 최대 경제특구는 태국의 야심 찬 ‘서부 관문’ 전략이었다. 이탈리안-타이(ITD)가 주도하고 일본까지 가세했으나,
미얀마의 정정 불안과 수익성 악화로 결국 태국은 손을 뗐다. 현재는 러시아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지만, 태국의 전략적 이익은 사라진 지 오래다.
➋ 멈춰 선 신칸센: 방콕-치앙마이 고속철
일본의 기술력과 태국의 자본이 만난 ‘태국판 신칸센’은 2,600억 바트라는 천문학적 비용과 일본 측의 투자 거부로 무기한 연기됐다.
현재 태국 철도 정책은 수익성이 검증된 ‘중국-태국 고속철’과 ‘3개 공항 연결 노선’에 집중되어 있으며, 북부 노선은 사실상 폐기 수순이다.
➌ 타이 브릿지와 진주 목걸이
코로나19 시기 경기 부양책으로 제안된 ‘타이 브릿지(타이만 횡단 대교)’와 탁신 전 총리가 언급한 ‘진주 목걸이(인공섬 홍수 방지벽)’는 대중의 상상력을 자극했으나,
구체적인 예산 확보와 환경 영향 평가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들은 현재 정책 우선순위에서 완전히 밀려나 있다.
➍ 팍바라(Pak Bara)의 교훈
싸툰주에 건설하려던 심해항은 현지 주민과 환경 단체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혔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후보지였던 해양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비판은 결국 정부를 굴복시켰다.
랜드브릿지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 ‘환경’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1조 바트(약 46조 원)의 도박, 성공을 위한 전제조건
아누틴 정부는 에크니티 니띠탄쁘라팟 부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위원회를 발족하고 90일간의 ‘끝장 검토’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다를 것인가? 전문가들은 세 가지 핵심 과제를 제시한다.
첫째, ‘이중 하역’의 비용 경쟁력
반대 측의 가장 날카로운 지적은 경제성이다. 배에서 짐을 내려 철도로 옮기고, 다시 배에 싣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과 비용이 말라카 해협 통과 비용보다 저렴해야 한다.
단순한 통로가 아닌, 파이프라인을 통한 에너지 허브 기능이 추가되지 않는다면 ‘돈 먹는 하마’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둘째, 법적 기반(SEC법)과 정치적 영속성
태국 정치는 정권 교체 시마다 이전 정부의 프로젝트를 뒤집는 고질병이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남부경제회랑(SEC)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
아누틴 정부는 법 제정 전이라도 기존 EEC(동부경제회랑)법을 준용해 특별구역을 지정하는 ‘우회 전략’을 검토 중이다.
셋째, 지역 사회와의 합의
라농과 춤폰 주민들은 팍바라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원한다. 관광업과 어업으로 생계를 잇는 이들에게 ‘산업 단지’는 축복이 아닌 재앙일 수 있다.
정부가 제시한 99년 토지 임대와 같은 파격적인 혜택이 외국 자본만을 위한 것이라는 인식을 불식시켜야 한다.
[편집국장 관점] 랜드브릿지, ‘Driven pile’을 박을 수 있을까?
태국인들은 “정부마다 랜드브릿지를 말하지만, 첫 번째 말뚝(Pile)이 박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아누틴 정부는 이번에 ‘라농 심해항 우선 건설’이라는 단계적 접근법을 들고 나왔다. 전체를 다 못 하더라도 안다만해의 관문이라도 먼저 열겠다는 현실적인 타협안이다.
랜드브릿지는 단순한 토목 사업이 아니다. 이는 미-중 갈등과 중동 위기 속에서 태국이 취할 수 있는 강력한 ‘지정학적 레버리지(지렛대)’다.
그러나 과거의 실패 사례들이 경고하듯, 투명한 타당성 조사와 국민적 공감대 없는 프로젝트는 정권이 바뀌면 신기루처럼 사라질 뿐이다.
아누틴 정부가 내놓을 90일간의 검토 보고서에 태국의 향후 50년 운명이 걸려 있다.
[참조한 관련 뉴스]
✽라농 심해항, 1단계 우선 투자 검토... 인도-유럽 연결 관문 노려
✽환경단체, “남부 생태계 파괴 방치할 수 없다” 강력 저항 예고
✽DP 월드, 태국 정부에 ‘PPP 순비용 모델’ 제안... 수익성 검증이 관건
태국 현대사에서 ‘메가 프로젝트’는 정권의 명운을 건 정치적 수사(修辭)이자, 경제 도약을 향한 국민적 열망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수많은 프로젝트가 화려한 청사진만 남긴 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제 아누틴 찬위라꾼 내각은 다시 한번 ‘랜드브릿지(Land Bridge)’라는 거대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1조 바트(약 46조 원)에 달하는 이 사업이 지정학적 격변기에 태국의 새로운 생존 전략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종이 위의 프로젝트’ 목록에 이름을 올릴 또 하나의 사례가 될지 분석한다.
지정학적 파고와 아누틴 정부의 ‘승부수’
말라카의 위기와 호르무즈의 경고
전 세계 해상 물동량의 약 25%가 통과하는 말라카 해협은 이미 포화 상태다. 여기에 중동 분쟁으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의 폐쇄 위기와 인근 국가들의 통행료 징수 논의는 글로벌 공급망에 비상을 걸었다.
아누틴 총리가 랜드브릿지 카드를 다시 꺼낸 명분도 바로 여기 있다. “더 이상 말라카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지정학적 위기감이 프로젝트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라농-춤폰: 900km의 물류 혁명
이번 정부가 추진하는 랜드브릿지의 핵심은 안다만해의 라농(Ranong)과 타이만의 춤폰(Chumphon)을 잇는 구간이다.
과거 탁신 정부 시절 검토되었던 ‘싸툰-송클라’ 노선이 환경 및 지역 갈등으로 좌초된 후, 전략적으로 수정된 노선이다.
✽사업 규모 : 약 9,900억 바트 (단계별 추진)
✽핵심 시설 : 양측 심해항 건설, 고속도로, 복선 철도, 그리고 에너지 수송을 위한 오일 파이프라인.
✽운영 방식 : ‘원 포트 투 사이드(One Port Two Sides)’ 모델. 단일 컨소시엄이 양측 항구와 연결 인프라를 50년간 통합 운영하는 PPP(민관협력사업) 방식이다.
DP 월드의 재등장
두바이의 글로벌 물류 거물 ‘DP 월드’가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쎄타 타위씬 전 총리에 이어 아누틴 총리 역시 술탄 아흐메드 빈 술라이엠 회장과 접촉하며
외자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정부 예산 투입을 최소화하고 민간의 전문성을 빌리겠다는 전략적 포석이다.
잔혹사로 남은 태국의 메가 프로젝트들
랜드브릿지의 성공 가능성을 점치기 위해선 태국이 걸어온 ‘실패의 기록’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최근 20년간 수많은 대형 사업이 비용, 정치, 환경 문제로 멈춰 섰다.
➊ 다웨이(Dawei)의 유령
미얀마에 건설하려던 동남아 최대 경제특구는 태국의 야심 찬 ‘서부 관문’ 전략이었다. 이탈리안-타이(ITD)가 주도하고 일본까지 가세했으나,
미얀마의 정정 불안과 수익성 악화로 결국 태국은 손을 뗐다. 현재는 러시아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지만, 태국의 전략적 이익은 사라진 지 오래다.
➋ 멈춰 선 신칸센: 방콕-치앙마이 고속철
일본의 기술력과 태국의 자본이 만난 ‘태국판 신칸센’은 2,600억 바트라는 천문학적 비용과 일본 측의 투자 거부로 무기한 연기됐다.
현재 태국 철도 정책은 수익성이 검증된 ‘중국-태국 고속철’과 ‘3개 공항 연결 노선’에 집중되어 있으며, 북부 노선은 사실상 폐기 수순이다.
➌ 타이 브릿지와 진주 목걸이
코로나19 시기 경기 부양책으로 제안된 ‘타이 브릿지(타이만 횡단 대교)’와 탁신 전 총리가 언급한 ‘진주 목걸이(인공섬 홍수 방지벽)’는 대중의 상상력을 자극했으나,
구체적인 예산 확보와 환경 영향 평가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들은 현재 정책 우선순위에서 완전히 밀려나 있다.
➍ 팍바라(Pak Bara)의 교훈
싸툰주에 건설하려던 심해항은 현지 주민과 환경 단체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혔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후보지였던 해양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비판은 결국 정부를 굴복시켰다.
랜드브릿지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 ‘환경’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1조 바트(약 46조 원)의 도박, 성공을 위한 전제조건
아누틴 정부는 에크니티 니띠탄쁘라팟 부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위원회를 발족하고 90일간의 ‘끝장 검토’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다를 것인가? 전문가들은 세 가지 핵심 과제를 제시한다.
첫째, ‘이중 하역’의 비용 경쟁력
반대 측의 가장 날카로운 지적은 경제성이다. 배에서 짐을 내려 철도로 옮기고, 다시 배에 싣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과 비용이 말라카 해협 통과 비용보다 저렴해야 한다.
단순한 통로가 아닌, 파이프라인을 통한 에너지 허브 기능이 추가되지 않는다면 ‘돈 먹는 하마’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둘째, 법적 기반(SEC법)과 정치적 영속성
태국 정치는 정권 교체 시마다 이전 정부의 프로젝트를 뒤집는 고질병이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남부경제회랑(SEC)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
아누틴 정부는 법 제정 전이라도 기존 EEC(동부경제회랑)법을 준용해 특별구역을 지정하는 ‘우회 전략’을 검토 중이다.
셋째, 지역 사회와의 합의
라농과 춤폰 주민들은 팍바라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원한다. 관광업과 어업으로 생계를 잇는 이들에게 ‘산업 단지’는 축복이 아닌 재앙일 수 있다.
정부가 제시한 99년 토지 임대와 같은 파격적인 혜택이 외국 자본만을 위한 것이라는 인식을 불식시켜야 한다.
[편집국장 관점] 랜드브릿지, ‘Driven pile’을 박을 수 있을까?
태국인들은 “정부마다 랜드브릿지를 말하지만, 첫 번째 말뚝(Pile)이 박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아누틴 정부는 이번에 ‘라농 심해항 우선 건설’이라는 단계적 접근법을 들고 나왔다. 전체를 다 못 하더라도 안다만해의 관문이라도 먼저 열겠다는 현실적인 타협안이다.
랜드브릿지는 단순한 토목 사업이 아니다. 이는 미-중 갈등과 중동 위기 속에서 태국이 취할 수 있는 강력한 ‘지정학적 레버리지(지렛대)’다.
그러나 과거의 실패 사례들이 경고하듯, 투명한 타당성 조사와 국민적 공감대 없는 프로젝트는 정권이 바뀌면 신기루처럼 사라질 뿐이다.
아누틴 정부가 내놓을 90일간의 검토 보고서에 태국의 향후 50년 운명이 걸려 있다.
[참조한 관련 뉴스]
✽라농 심해항, 1단계 우선 투자 검토... 인도-유럽 연결 관문 노려
✽환경단체, “남부 생태계 파괴 방치할 수 없다” 강력 저항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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